돈의본질 : 경제는 성장하는데 개인의 구매력이 줄어든다는 것의 의미


경제 뉴스에서는 좋은 소식이 자주 들립니다. 

경제 규모가 커졌고, 기업 실적이 좋아졌으며, 
주가도 장기적으로 상승했다고 말합니다. 

실업률이나 고용률 같은 숫자도 과거보다 
나아진 시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생활은 전혀 다르게 느껴집니다. 
월급이 올라도 장바구니는 가벼워지고, 
외식과 여행은 부담스러워졌습니다. 

집을 사는 일은 더 멀게 느껴지고, 아이 교육비나 
병원비를 줄여야 하는 가정도 생깁니다.

경제는 성장했는데 개인은 왜 더 가난해졌다고 느낄까요?

이 질문을 이해하려면 돈의 액수보다 구매력을 봐야 합니다. 
구매력이란 내가 가진 돈으로 실제로 무엇을 살 수 있는지를 뜻합니다. 
통장에 찍힌 숫자가 늘어도 살 수 있는 물건과 기회가 줄었다면, 
구매력은 떨어진 것입니다.

구매력은 돈의 액수와 다릅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를 버느냐보다 무엇을 살 수 있느냐입니다

한 달 월급이 200만 원에서 220만 원으로 
올랐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숫자만 보면 소득이 10% 늘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월세, 식비, 교통비, 교육비가 
더 많이 올랐다면 생활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전보다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돈을 볼 때는 두 가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첫째는 화폐 자체의 구매력입니다. 
만 원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를 말합니다.
둘째는 개인의 구매력입니다. 

내가 받는 소득으로 집, 음식, 교육, 의료 같은 생활에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를 뜻합니다.

두 개는 비슷해 보이지만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물가가 크게 오르지 않아도 집값과 금융자산 가격이 급등하면, 
자산이 없는 사람의 구매력은 빠르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개인의 구매력이 줄면 경제에 어떤 일이 생길까

한 사람의 소비 감소는 다른 사람의 소득 감소로 이어집니다

가정의 살림이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지출을 줄입니다. 

외식을 한 번 덜 하고, 여행을 미루고, 
학원을 줄이고, 자동차 교체 시기를 늦춥니다.

문제는 누군가의 지출이 다른 누군가의 소득이라는 점입니다.

손님이 외식을 줄이면 식당 매출이 감소합니다. 
식당은 식자재 주문을 줄이고, 아르바이트 시간을 줄입니다. 

소득이 줄어든 직원은 다시 자신의 소비를 줄입니다.
집이 덜 팔리면 부동산 중개업소만 어려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사업체, 인테리어업체, 가구회사와 
가전업체의 매출까지 함께 줄어듭니다.

이처럼 구매력 감소는 돌을 물에 던졌을 때 생기는 
파문처럼 여러 산업으로 퍼집니다. 

소비가 줄고, 기업 매출이 감소하고, 
고용과 임금이 약해지면 소비는 다시 줄어듭니다.

모든 불황을 구매력 부족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특정 산업이 어렵다고 해서 세계 전체의 
수요가 사라졌다고 판단하면 안 됩니다.

조선과 해운은 대표적인 경기순환 산업입니다. 
경기가 좋을 때 배를 많이 주문해도 실제로 
완성되는 데는 몇 년이 걸립니다. 

그사이 경기가 나빠지면 새 배가 한꺼번에 
시장에 나오면서 공급 과잉이 발생합니다.

반대로 불황기에 주문을 줄이면 
몇 년 뒤에는 배가 부족해집니다. 

운임이 급등하고 조선소에 주문이 몰리는 이유입니다.

따라서 한 산업의 바닥을 세계경제 전체의 
몰락으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수요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산업의 긴 사이클이 움직이고 있을 수 있습니다.

경제성장과 개인의 삶이 갈라진 이유

새로 풀린 돈은 생활비보다 자산시장으로 먼저 흘러갔습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각국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많은 돈을 공급하고 금리를 낮췄습니다. 

시중에 돈이 늘면 모든 사람의 생활이 
비슷하게 좋아질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돈은 모두에게 똑같이 흘러가지 않습니다.

많은 자금이 주식과 부동산 같은 자산시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주가와 집값이 오르면서 자산을 가진 
사람의 재산은 빠르게 늘었습니다. 

반면 자산이 없는 사람에게는 더 비싸진 집과 
더 높아진 진입장벽이 남았습니다.

쉽게 말해 운동장의 크기는 커졌지만, 
출발선의 차이도 함께 커진 것입니다.

집을 가진 사람은 집값 상승으로 구매력이 커질 수 있습니다. 
필요할 때 집을 팔거나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집이 없는 사람은 같은 집을 사기 위해
 더 많은 소득과 더 큰 대출이 필요합니다. 

같은 경제성장 속에서도 한쪽은 선택지가 늘고, 
다른 한쪽은 선택지가 줄어듭니다.

경제의 파이가 커져도 내 몫이 커지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총생산은 일정 기간 한 나라에서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보여줍니다. 

경제의 전체 크기를 확인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그 성과가 누구에게 돌아갔는지는 충분히 설명하지 못합니다.

케이크가 커졌다고 모든 사람의 
조각이 커지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의 조각은 두 배가 되고, 
다른 사람의 조각은 그대로일 수도 있습니다.

주가가 오르고 기업 이익이 증가해도 임금이
그만큼 오르지 않는다면 직장인의 생활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집값이 오르면 집을 가진 사람에게는 자산 증가지만, 
집을 사야 하는 사람에게는 생활비 상승과 같습니다.

경제성장과 체감경기가 다른 이유는 경제 전체의
부가 줄어서가 아니라, 늘어난 부가 이동하는 통로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좋은 경제지표가 삶의 만족을 보장하지 않는 이유



통계는 평균을 보여주지만 개인은 자신의 현실을 살아갑니다

평균소득이 증가해도 소득이 일부 계층에 
집중되면 많은 사람은 변화를 느끼지 못합니다. 

실업률이 낮아도 임금이 낮거나 고용이
불안정하면 취업자의 생활은 안정되지 않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모든 부담을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식료품과 교통비 같은 생활물가는 측정하지만, 
주택 구입에 필요한 비용이나 자산 가격 상승을 체감 그대로 반영하기는 어렵습니다.

통계가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통계가 측정하는 것과 우리가 살아가며 느끼는 것이 서로 다를 뿐입니다.

경제지표는 나라 전체를 위에서 내려다본 지도와 같습니다. 
개인의 삶은 실제로 그 길을 걸을 때 느끼는 경사와 거리입니다. 

지도에는 길이 있다고 표시되어도, 
누군가에게는 오르기 힘든 가파른 언덕일 수 있습니다.

구매력 감소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부가 분배되는 구조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구매력이 줄면 사람들은 자신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더 아껴야 하고, 더 오래 일해야 하며, 
더 높은 수익을 얻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물론 개인의 선택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소득이 오르는 속도보다 주택과 자산 가격이 
더 빠르게 상승한다면 절약만으로 격차를 따라잡기 어렵습니다.

이때 문제는 개인의 성실함이 아니라 
경제성장의 결과가 전달되는 방식입니다. 

성장의 성과가 임금보다 자산 가격 상승으로
더 많이 나타나면, 이미 자산을 가진 사람에게 유리한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돈의 본질은 지폐나 통장의 숫자가 아닙니다. 

돈은 선택할 수 있는 힘입니다. 
먹을 것, 살 곳, 배울 기회와 쉴 시간을 선택할 수 있을 때 
돈은 실제 힘을 가집니다.

따라서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지를 묻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 성장으로 평범한 사람이 무엇을 
더 선택할 수 있게 되었는지를 함께 물어야 합니다.

지난 시기의 문제는 세계 전체가 가난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경제의 파이는 커졌지만, 늘어난 부가 
많은 가계의 소득과 구매력을 비껴갔다는 데 있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질문 1

Q. 월급이 올랐는데도 구매력이 떨어질 수 있나요?

A. 월급보다 물가, 주거비, 교육비와 이자 부담이 더 빠르게 오르면 구매력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소득의 숫자가 아니라 실제로 살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의 양을 비교해야 합니다.

질문 2

Q. 경제성장률이 높으면 국민의 생활도 반드시 좋아지나요?

A. 경제성장률은 경제 전체의 크기를 보여주지만 성장의 성과가 누구에게 돌아갔는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소득 분배와 자산 보유 여부에 따라 개인이 느끼는 변화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질문 3

Q. 개인의 구매력 감소를 확인하려면 무엇을 봐야 하나요?

A. 월급 상승률만 보지 말고 식비, 주거비, 대출이자, 교육비 등 필수지출의 변화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소득에서 필수지출을 뺀 뒤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줄었다면 실질 구매력이 감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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