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달러를 발행하는 나라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국가가 누리기 어려운 특별한 이점을 얻는다.
하지만 힘이 센 돈이 반드시 그 나라
국민 모두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달러의 가치가 높게 유지될수록
미국 기업이 만든 상품은 해외에서 비싸지고,
외국에서 만든 상품은 미국에서 저렴해진다.
그 결과 미국은 소비하기 좋은 나라가 되었지만,
물건을 만들기 어려운 나라가 되었다.
달러 패권의 진짜 딜레마는 여기에 있다.
세계가 달러를 필요로 할수록 미국의 화폐 권력은 강해지지만,
그 과정에서 미국 제조업과 평범한 중산층의 삶은 약해질 수 있다.
강한 달러는 왜 미국 제조업에 불리할까
달러 가치가 오르면 미국 제품 가격도 오른다
강달러란 달러의 가치가 다른 나라의 화폐보다
상대적으로 높아진 상태를 뜻한다.
상대적으로 높아진 상태를 뜻한다.
쉽게 말해 같은 1달러로 이전보다
더 많은 외국 돈과 상품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소비자에게 강달러는 반가운 소식이다.
수입품을 더 싸게 살 수 있고, 해외여행을 할 때도 유리하다.
외국에서 만든 옷, 전자제품,
자동차와 원자재의 가격 부담도 낮아진다.
문제는 미국에서 물건을 만들어 해외에 판매하는 기업이다.
달러 가치가 높아지면 외국 소비자가 느끼는
미국 제품의 가격이 비싸진다.
품질이 비슷하다면 소비자는 미국 제품보다
일본, 한국, 중국 등에서 만든 저렴한 제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공장은 더 싼 생산지를 찾아 이동한다
기업은 계속 손해를 보면서 공장을 운영할 수 없다.
미국에서 생산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
기업은 임금과 생산비가 낮은 국가로 공장을 옮기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단순한 비용 절감처럼 보인다.
기업은 더 싸게 생산하고, 소비자는 더 저렴한 제품을 살 수 있다.
그러나 공장이 하나씩 떠날 때마다
지역사회에서는 일자리와 소득이 함께 사라진다.
강한 달러는 미국이 세계의 돈을 지배하는 데 도움을 줬지만,
미국 안에서 물건을 만드는 힘은 약하게 만들었다.
달러의 가치를 지키는 대신 제조업의 기반을
내주는 또 다른 딜레마가 나타난 것이다.
제조업이 사라지면 왜 중산층도 무너질까
공장은 평범한 사람에게 열린 사다리였다
제조업 일자리는 특별한 학위나 뛰어난 재능이 없는
사람도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게 해주었다.
학교를 졸업한 뒤 공장에 취업하고,
월급을 모아 집을 사고, 자녀를 키우며
중산층으로 살아가는 길이 존재했다.
공장이 사라지면 단순히 건물과
기계만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이 노동을 통해 자신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도 함께 사라진다.
새롭게 성장한 첨단기술, 금융, 소프트웨어 산업은
높은 부가가치를 만든다.
그러나 누구나 검색엔진을 설계하거나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개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 지식과 기술을 가진 소수는 큰돈을 벌지만,
산업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은 안정적인 일자리에서 밀려난다.
힐빌리의 노래가 보여주는 상실감
『힐빌리의 노래』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은 이유도 단순한 가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때 공장과 광산을 중심으로 살아가던 지역에서 일자리,
가족의 안정, 미래에 대한 믿음이 함께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람은 돈만 잃을 때 절망하는 것이 아니다.
노력하면 내일이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잃을 때 더 깊이 무너진다.
제조업 쇠퇴는 미국 중산층에게 월급의 감소뿐 아니라
자존감과 소속감의 상실까지 안겼다.
일할 기회가 줄어든 사회에서는 분노와 불신이 커지기 쉽다.
정치적 갈등이 심해지고, 자신을 보호해 줄 강한 지도자나
과거의 번영을 되찾겠다는 약속에 마음이 움직일 가능성도 커진다.
기축통화국은 왜 생산보다 소비가 많아질까
세계에 달러를 공급하려면 미국이 돈을 써야 한다
달러가 세계 곳곳에서 사용되려면
미국 밖에도 충분한 달러가 존재해야 한다.
미국이 상품을 수출하고 달러를 회수하기만 하면
세계는 거래에 필요한 달러를 구하기 어려워진다.
반대로 미국이 외국 상품을 많이 수입하면
달러가 해외로 흘러간다.
세계는 필요한 달러를 확보하고,
미국은 다른 나라가 생산한 물건을 받아 소비한다.
이 구조에서 미국은 세계에 달러를 공급하기 위해
무역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기축통화국이 되기 전에는 상품을 팔아 부를 모으지만,
기축통화국이 된 뒤에는 자국의 돈과 시장을 세계가 이용하도록 열어줘야 한다.
기축통화는 공짜로 얻는 왕관이 아니다
기축통화국은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자국 화폐로 국제 거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특권을 유지하려면 세계가
사용할 수 있도록 달러를 계속 공급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수입은 늘고 제조업은 약해질 수 있다.
공장에서 밀려난 노동자는 서비스업으로 이동하지만,
모든 서비스업 일자리가 제조업만큼
안정적인 임금과 생활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배달, 숙박, 식당, 관광과 같은 서비스업은 필요한 산업이다.
다만 서비스업은 이미 존재하는 소득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의 편의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물건을 생산해 새로운 수요를 만드는
제조업과는 경제적 역할이 다르다.
달러 패권의 이익은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국가의 힘과 국민의 삶은 같지 않다
달러의 힘이 강해지면 미국의 금융기관, 다국적기업,
자산을 많이 가진 사람은 큰 혜택을 얻을 수 있다.
해외 자산과 상품을 유리한 조건으로 사고,
세계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장 노동자와 지역 상점,
제조업에 의존하던 작은 도시는 다른 결과를 경험한다.
국가의 화폐는 강해졌지만 개인의 월급과 일자리는 약해질 수 있다.
이것이 달러의 또 다른 딜레마다.
미국이라는 국가는 기축통화 덕분에 강해졌지만,
그 힘을 유지하는 비용이 평범한 노동자와 제조업 지역에 집중될 수 있다.
돈의 본질은 숫자가 아니라 관계다
돈은 종이 한 장이나 통장 속 숫자에 불과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약속이다.
달러가 강한 이유도 모두가 달러를 믿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약속이 오래 유지되려면
그러나 어떤 약속이 오래 유지되려면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화폐의 힘만 보고 공장, 일자리, 지역사회가
치르는 대가를 외면하면 경제의 절반만 보는 셈이다.
강한 달러는 미국에 값싼 상품과 세계적인 영향력을 주었다.
동시에 제조업 공동화, 중산층의 약화,
부의 불평등이라는 청구서도 남겼다.
기축통화는 황금 왕관이지만, 그 왕관은 생각보다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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