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석유 그리고 셰일가스는 어떻게 연결되는지
참고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작성합니다.
셰일가스가 많이 발견되면 석유 걱정도
사라지고 세계 경제도 다시 성장할 수 있을까?
언론에서는 종종 셰일가스를 ‘제2의 석유’라고 부른다.
땅속에 많은 양이 묻혀 있고, 미국의 에너지 생산을 크게 늘렸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셰일가스와 석유의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매장량만 봐서는 안 된다.
무엇을 캐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그 에너지를 어디에 쓰고,
어떤 시설로 운반하며, 어떤 돈으로 거래하느냐이기 때문이다.
특히 석유는 단순한 연료가 아니다.
석유를 중심으로 자동차와 공장, 국제무역과
달러 결제 시스템이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셰일가스가 석유를 대신할 수 있는지 판단하려면
에너지와 돈이라는 두 개의 렌즈를 함께 사용해야 한다.
셰일가스와 석유는 무엇이 다를까
셰일가스는 새로운 물질이 아니라 채굴 방식이 다른 천연가스다
셰일가스는 셰일이라는 단단한 암석층에
갇혀 있는 천연가스다.
일반 가스전처럼 한곳에 모여 있지 않아 수평으로 땅을 뚫고,
높은 압력의 물을 주입해 암석에 틈을 만드는 수압파쇄 기술이 주로 사용된다.
쉽게 말하면 일반 천연가스가 컵에 담긴 물이라면,
셰일가스는 단단한 스펀지 속에 스며든 물과 비슷하다.
물이 존재하더라도 꺼내려면 더 복잡한 기술과 비용이 필요하다.
반면 석유는 액체 형태의 원유다.
정유공장에서 가공하면 휘발유, 경유, 항공유처럼
이동수단에 필요한 연료가 된다.
같은 화석연료이지만 상태와 채굴법, 운송 방식, 사용처가 모두 다르다.
석유는 연료이면서 산업의 재료다
석유의 힘은 자동차를 움직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원유를 정제하면 도로 포장재, 화학제품, 합성섬유,
고무와 플라스틱을 만드는 원료도 얻을 수 있다.
셰일가스 역시 발전과 난방, 화학산업에 활용할 수 있다.
천연가스에서 얻는 에탄은 플라스틱의 기초 원료로도 쓰인다.
그러나 기존의 자동차, 정유공장, 주유소와 석유화학 설비는
오랜 시간 석유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에너지를 바꾼다는 것은 연료통에 다른 연료를 넣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전체의 기계와 배관, 발전소와 운송망을 함께 바꾸는 일이다.
셰일가스는 석유를 대체할 수 있을까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말과 경제적으로 이익이라는 말은 다르다
셰일가스를 캐낼 수 있다고 해서 언제나 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생산비는 암석의 성질, 가스 가격, 시추 비용, 물 사용, 환경 규제와
파이프라인의 거리 등에 따라 달라진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셰일가스의 경제성은 단순히 국제 유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셰일가스는 기본적으로 천연가스이므로
지역의 가스 가격과 생산비, 운송비가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액화천연가스인 LNG로 수출하려면
가스를 액체로 만드는 시설과 전용 선박도 필요하다.
따라서
“땅속에 많이 묻혀 있다”와 “싸게 생산해 세계에 팔 수 있다”는
전혀 다른 문장이다.
자원이 많다는 사실만으로 새로운 에너지 시대가
자동으로 열리지는 않는다.
석유 중심의 시설을 바꾸는 데는 큰 비용이 든다
셰일가스가 석유를 대체하려면 가스를 사용하는
자동차와 선박, 발전소와 공장이 빠르게 늘어나야 한다.
가스를 저장하고 운반할 배관과 터미널도 충분히 설치되어야 한다.
문제는 기존 경제가 이미 석유 사용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멀쩡한 자동차와 공장 설비를 한꺼번에 교체하는 것은
새 휴대전화를 사는 일과 다르다.
국가와 기업이 오랜 기간 투자해야 하는 거대한 공사에 가깝다.
셰일가스는 특정 발전소나 산업 현장에서
석탄과 석유 사용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석유가 담당하는 운송과 석유화학 수요까지
짧은 시간에 모두 대체하기는 어렵다.
석유가 달러와 연결되는 이유
세계가 석유를 살 때 달러가 함께 필요했다
석유의 경제적 힘은 사용량뿐 아니라 결제 통화에서도 나왔다.
국제 원자재 거래는 오랫동안 미국 달러를 중심으로
가격이 정해지고 결제되는 경우가 많았다.
석유를 수입하려는 나라는 달러를 확보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세계적인 달러 수요가 만들어졌다.
이를 흔히 페트로달러 구조라고 부른다.
석유라는 상품과 달러라는 돈이 서로의 사용을 늘려준 셈이다.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메신저에 더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처럼,
널리 쓰이는 통화는 거래가 편리하다는 이유로 다시 선택된다.
다만 달러의 지위가 석유 하나만으로
유지된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다.
달러는 국제무역의 결제, 금융시장,
국채와 외환보유액 등 여러 분야에서 사용된다.
IMF 자료에서도 달러의 비중이 일부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가장 중요한 국제 준비통화로 평가된다.
셰일가스가 달러 수요를 만들려면 두 조건이 필요하다
셰일가스가 과거 석유와 비슷한 역할을 하려면
먼저 세계적인 수요가 크게 늘어야 한다.
몇몇 국가가 많이 생산하는 수준을 넘어 자동차,
발전소와 산업시설이 셰일가스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해야 한다.
두 번째로 국제 셰일가스 거래가 대부분 달러로 결제되어야 한다.
그래야 셰일가스를 사려는 국가들이 달러를 확보하면서 새로운 달러 수요가 생긴다.
그러나 천연가스 시장은 파이프라인과 LNG 계약,
생산국과 소비국의 관계에 따라 나뉘어 있다.
중국 위안화처럼 다른 통화의 무역 결제 사용도 점차 늘고 있다.
달러가 여전히 우세하지만 모든 에너지 거래가 반드시
달러로만 이루어지는 구조라고 보기는 어렵다.
셰일가스가 새로운 석유가 되기 어려운 이유
에너지를 대신하는 것과 돈의 질서를 대신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셰일가스는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발전 연료를 다양하게 만들고
특정 국가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관련 기술과 산업에 투자와 일자리를 만들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셰일가스가 석유 일부를 대체한다는 사실만으로
세계 경제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세계적인 수요, 생산비, 운송 시설, 환경 문제와
결제 통화가 동시에 연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석유는 수십 년 동안 산업시설과 금융 시스템을 함께 키웠다.
셰일가스가 비슷한 역할을 하려면 단순한 생산 증가가 아니라
세계의 자동차와 공장, 무역계약과 통화 사용 방식까지 바뀌어야 한다.
결국 셰일가스는 석유의 빈자리를 일부 채울 수는 있어도
석유가 만든 경제적·통화적 질서를 그대로 복사하기는 어렵다.
에너지의 발견이 곧바로 부의 발견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진짜 돈의 힘은 자원 자체보다 사람들이 그 자원을 사용하는 방식과
거래를 위해 선택하는 믿음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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